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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소설

[개표, 복권, 쇄골, 노점상, 갈라지다]

by Re:무기 2025. 9. 21.

천사와 악마. 그들의 싸움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천상에서의 개표가 시작되었다.

 

무엇을 위한 투표냐고?

 

당연히 누가 지상의 지배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악마가 지배할 때에는 역병, 전쟁이 끊이질 않았고.

천사가 지배 하는 시기에는 평화와 공존, 사랑이 넘쳐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는 했다.

 

영생의 존재들에게는 그저 유희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는 어떤 시대를 보내게 될 것인지 결정이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기존에는 천사와 악마들이 전투를 벌여서 주도권을 획득했지만,

 

미디어의 시대.

유튜브, 넷플릭스같은 콘텐츠를 접한 지상의 존재들은 그들의 개표를 유튜브로 중계하겠다고 선포한 것.

 

인간들은 반신반의하며 개표 방송을 시청한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진도준 또한 마찬가지..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간다지만…’

 

천사와 악마 개표 방송이라니, 고단한 삶에 찌들어 있는 그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어이! 진도준이~ 장사는 잘 되고 있나?

 

온몸에 문신으로 치장한 돼지들이 또 나타났다.

 

-아무래도 일수 갚기가 빡쎄긴 하지?

 

일수.

돈을 빌려 매일 갚는 불법 대출.

 

장사를 하려면 물건이 있어야 하고 물건을 위해선 대금을 지급해야 했지만, 날짜가 꼬여 일수에 손댄 것이 화근이었다.

 

쾅!

 

-3일이야. 3일. 일수를 빌려놓고 3일째 안 갚으면 이자가 어떻게 되겠어? 그것보다 우리가 굶어 죽겠어.

 

험악한 문신돼지의 고함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우리 고객님 일 못하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하.. 난감하다 난감해..

 

-윽!!

 

쇄골을 뚱뚱한 손으로 짓이기는 바람에 고통이 엄습했다.

 

-자꾸!

-이렇게!

쾅!

-돈을 안 갚으면

쾅!!!

 

마지막 쾅 소리와 함께 가판이 두쪽으로 갈라졌다.

 

-내일까지 꼭 갚아야 합니다. 고객님! 제발 착하게 살게 해 주세요!!

 

‘제길..’

 

장사 못하게 가판을 때려 부수면..

 

어제 어머님이 힘내라고 주신 복권.

 

’ 로또라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신세를 한탄하며, 아까 켜놨던 유튜브. 개표 방송에 시선이 갔다.

 

천사 승.

 

-평화와 공존, 사랑과 용서. 평화로운 세기가 되도록 축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