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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소설

[화로, 백일몽, 전신주, 은박지, 모래시계]

by Re:무기 2025. 9. 22.

타닥타닥.

달빛도 없는 가을의 산속은 싸늘하다.

주변에 보이는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펴 체온을 유지했다.

돌로 화로를 만들고 타들어 가는 나뭇가지를 보며 불멍을 때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지..?’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승승장구하며 규모를 키워나갔다.
세상이 쉬워보였다.
생각대로 일이 흘러갔고 그 흐름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그때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지인 소개로 좋은 투자처를 소개받았다.
듣기에 타당했고, 나의 운을 지금의 흐름을 믿고 투자했다.

알고보니 사기꾼이었다.

단 한번의 실패.

승승장구하던 흐름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나의 성공은 백일몽처럼 끝나버렸다.

빚쟁이들을 피해 산으로 숨었다.

이것이 현재 상황.

하루 이틀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렇게 숨어 살 수는 없다.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얼굴을 촉촉히 적시는 부슬비에 잠에서 깼다.

‘내려가야지..’

온몸이 쑤셨다.

간신히 산에서 내려왔다.

꼬르륵.

이틀 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전신주에 기대 잠시 숨을 돌렸다.

쿠쿠쿠쿠쿵.

하늘에서 번쩍거리며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고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가 눈을 가렸다.

콰아아아앙!

하늘을 찢는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꼈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 눈 앞에 팔랑 거리는 것은 은박지였다.

띠링띠링.

이상한 알람에 눈을 떠보니 눈앞에 모래시계가 허공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시간을 돌리시겠습니까? Y/N]